감성 일기

사과에 대한 기억

감성 2007/12/03 15:44 by 비트손

얼마전에 동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적이 있다. 추어탕을 주문한 직장동료한명이 뜬금없이 " 이거 원산지가 어디에요?" 라는 물음에 주인 아주머니는 일말의 주저 없이 " 당연히 중국산이죠"라고 대꾸했다.

얼마전부터인가 우리의 식탁은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다. 정부에서 원산지 표시를 의무로 하는 엄격한 법적용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원가절감의 달콤한 유혹 앞에 혹하지 않을 식당 영업주는 없을 것이기에 우리 자신도 이에대해 스스로 관대해 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비단 수산물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배추며 대파, 심지어 고추가루, 참기름과 같은 농산물의 경우는 물론이고 사과, 배, 밤, 대추와 같은 과일류 또한 안심하고 먹을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신토불이. 우리몸에 우리것이 최고다라는 간단한 고사성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산과 중국산의 품질차이는 너무나 현격하다.

집에 돌아와 누을려는 차에 친구녀석이 뭔가를 봉지에서 끄집어 내었다. 골목 어귀에서 싼값에 팔길래 사왔다며 꺼낸것은 사과였다. 보기에 빛깔이 제법 고운 것이 맛있어 보이길래 한잎 깨어 물었다. 그런데 그럴듯한 외형에 비해 맛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았으며 푸석푸석한 맛이 마치 저 먼나라로부터  물을 건너와 시차적응에 실패한 과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수준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적 내가 살던 곳은 사과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할머니가 과수원을 하시는 덕택에  늘 가을이면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사과를 먹던 기억이 있다. 한잎 베어물면 그 달콤함과 사과특유의 향이 잎안을 가득 멤돌고 나온다. 숫가락으로 파서 먹기도 하고 쨈을 만들어 식빵에 발라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커다란 유리병에 차고차곡 사과를 재운후 소주를 붓고 뚜껑을 밀봉한후 오래동안 숙성시켜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올때면 슬그머니 꺼내어 대접하시곤 했다. 당도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꿀에 지나지 않을정도로 달콤한 사과 맛이 과일주에 베어 나와 술맛을 더욱 달콤하게 한다는 것은 제법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주시는 술잔을 받을때에야 비로소 느낄수 있었다.

지금도 어릴적 먹었던 사과맛에 대한 기억들, 아버지가 주신 술잔의 달콤하면서도 따듯한 기억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우리의 산과들로부터 나오는 미각을 돋우는 음식들을 대할때면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이처럼 늘 마음은 그 어느것에도 견줄수 없는 시골집의 정겨운 할머니의 무픞 위,한잎 가득  베어물던 사과맛으로 물들어 있다.

오로지 빛깔만 고운 먼나라의 푸석한 과일의 맛에는 스며들수 없는 어릴적 향수에 젖은 사과맛으로 오늘 내내 입속은 그윽하기만 하다.  그 사과에 대한 기억으로 한없이 풍요로운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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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농촌지킴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블 분이셨군요~ 사과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 잘 봤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사과가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7/12/04 13:22
  2. BlogIcon 박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까락이 짧군요. ㅡ,.ㅡ++

    2007/12/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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