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약자와 강자의 싸움에서 약자가 고군분투하여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 우리는 열광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돌팔매로 쓰러진 다윗의 모습에서 그러했고, 명랑대첩에서 12척의 함대로 333척의 왜군을 돌려 세운 성웅 이순신의 활약에서 그러했다.
십자군 전쟁, 트로이 전쟁과 더불어 세계 3대 전쟁으로 불리는 80만의 조조와 3만의 수유가 격돌한 어느 전장의 결과에서도 우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책에서나 읽어 보았던 그 거대한 전쟁 중의 일부를 스크린에 고스란이 담기 위한 오우삼 감독의 투혼이 돋보이는 영화 '적벽대전'에서도 이와 동일한 통쾌함은 이어진다.
재갈량과 주유를 위한 영화
사실 적벽대전의 촛점은 인물이다. 천하통일이라는 개인적 야욕과 주유의 여자인 소교를 취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조조는 비교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백성의 안위를 우선시하고 수하들과의 신의를 중시하는 덕장 유비와 주변에서 그를 섬기는 기개 있고 용맹스런 관우, 장비, 조자룡은 영화의 극적 재미를 배가 시키는 양념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다.
조조와 더불어 대척점에 있는 유비의 책사 재갈량이나 동맹의 핵심인 손권의 오른팔 주유의 역할이 오히려 도드라진다. 이는 영화 적벽대전의 원작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삼국지연의는 정사가 아니다. 삼국지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일 뿐이다. 소설 속에서 영웅이 필요했고 그런 영웅을 부각시키기 위한 책사의 지략과 계책, 전략과 전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영화 초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손권, 관우, 장비, 조자룡의 특징을 잡아나가는데 일정부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 것도 소설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한 감독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영화 내내 촛점은 재갈량과 주유를 따라다닌다. 엄밀히 따지면 이 둘을 제외한 인물들은 철저하게 들러리 정도. 재갈량과 주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판 삼국지는 환상의 듀엣무대인 셈이다.
우선 재갈량을 연기한 금성무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세치혀로는 손권의 자존심을 긁어 놓고, 주유와의 동맹을 위한 만남에는 서두르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약삭빠름을 보여준 무리없는 표정연기는 단연 주연감에 손색이 없다.
주유로 분한 양조위 역시 특유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연기로 실제 상상 속의 주유의 모습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유약한듯 하면서도 강차고 패기와 결단력으로 리더십을 발현시키는 연기는 양조위만이 가능한 영역처럼 독보적으로 다가온다.
영웅들의 위트가 돋보이는 영화
난세의 영웅들은 위엄 있고 기개만 넘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위트로 똘똘 뭉쳤다. 간간히 기대하지 않은 대목에서 관객석에서 웃음이 퍼져 나오는 것은 오우삼 특유의 센스 그리고 이를 소화한 배역들의 능청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유비, 장비, 재갈량 그리고 손권의 누이 손향의까지 골고루 웃음을 자아낼 만한 몸짓이 투박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영화 곳곳에 녹아 있어 편안함을 더해준다.
스펙타클한 대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영화
영화 황후화에서 이미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물량을 투입해 거대함을 표현해내는 방법론에 익숙해진 관객은 적벽대전으로 이어지는 중국식 블록버스타의 특징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초반과 중 후반 연거푸 이어지는 격돌 장면은 가희 환상적이다. 조조의 부대를 팔괘진의 형태로 격파하는 씬은 마치 전쟁터에 가장 가까이에서 살육의 장면들을 대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육상전에서 패한 패한 조조군대가 적벽대전으로 이동하는 장관이며, 하늘을 비행하는 비둘기의 시선을 롱테이크로 담아낸 시퀀스 역시 인상적이다. 군데 군데 18년을 착실히 준비한 오우삼의 치밀함이 스펙타클한 장면들과 어우러져 제대로된 볼거리를 보여준다. 장관을 이루는 장면 하나하나 충분히 대작의 이름을 들먹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깜짝 놀랄 반전은 영화가 끝이나고 시작된다.
2시간여의 런닝타임은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정작 적벽대전의 전투씬이 등장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었다. 영화의 끝은 진정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애초에 2부작으로 기획되었으며 그 전작인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 1부작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단절된 마무리, 혹은 정교하고 섬세한 결말을 기대한 관객들은 마치 반전을 겪은 마냥 놀라운 반응들을 여기 저기서 섞어 내었다.
난데없이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문구 "To be continue"에 대다수의 관객들은 적지 않은 배신감과 혼란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겨울에 상영 예정인 속편 2부가 기대되는 것은 나름 오우삼식 삼국지가 기대에 부응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적벽대전의 2편 속에서 벌어질 조조와 재걀량, 주유의 한판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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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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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읽었습니다. 어서 보고 싶네요
2008/07/04 11:08감사합니다.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래요. :)
2008/07/04 13:35아무리 공명과 주유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조자룡이 너무 못생겼어요 엉엉 ㅜㅜ 주유는 2편에 공명의 활약 때문인지 1편에 너무 멋있게 나온 것 같고.. 누가 오우삼 영화 아니랄까봐 쌍권총대신 쌍칼을..ㅜㅜ
2008/07/04 11:15조자룡만을 다룬 영화에서 유덕화의 모습이 멋지다고 하더군요. 그자리에 슬쩍 유덕화가 끼워 들어와도 멋지겠지만 이번 적벽대전은 주유와 공명의 영화니 그것도 어려울 것 같네요. 제가 궁금한건 나머지 2시간을 또 어떻게 그려낼지 입니다. 진짜 엑기스 장면들은 2편에 몰려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기다려 지네요.^^ 쌍칼....ㅋ 개그코드도 좀 ....위트로 이해하고 싶어요.ㅎ
2008/07/04 13:37중국정부의 지시로 올림픽 홍보를 위해 분할개봉하는...
2008/07/04 11:41올림픽 보이콧!!
...
그랬군요. 근데 두편으로 분할한 것이 오히려 수익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같은 사람이 많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보이는 영화던데요!! 중국은 밉지만 영화는미워하지 않으리~~~
2008/07/04 13:40이거 괜찮았나 보군요!
2008/07/04 12:03흠... 영화 고루는데 참고할게요. ^^
핸콕에서처럼 저랑 코드가 비슷하시다면 분명 이번영화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듯 해요. (^^)
2008/07/04 13:41오호라...전 영화를 그리 심각하게 보는 편이 아니라 대체로 만족스럽게 봐지더라구요. ^^
2008/07/04 14:07물론 아니다 싶은 영화도 좀 있긴 했지만 말이죠 ㅋ
친구도 부추기고 하니까 봐야겠어요.
캐릭터를 유심히 보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것으로 보여져요. 굳이 삼국지 전반에 걸쳐 숙지하고서 볼필요는 없을것 같아요. 소설을 읽으신분들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교해서 보면 재미가 더해질 듯 합니다. 즐거운 관람되시길 바랄께요.(^^)
2008/07/04 14:28오~~~~ 보셨군요^^ 비트손님^^
2008/07/04 13:18혹시 어제.. 단성사에서??? 우왕~~~~~! 하마터면 만날뻔??? ㅋㅋㅋ
호박도 넘넘넘 잼있게 봤쎄여~
늦게도착해서 맨앞좌석에서 봤는데(목이 좀 아팠음 ㅜㅜ) 암튼 강추^^
빨리 후기써버려야징.. 룰루랄라^^;;
뽀송뽀송한 해피오후 보내시고욥!
>>> 혼자 오도방정 다 떨고가는 호박=3=33
호박님도 오셨군요. 사실 저번 디아이때도 뵜었다는...물론 사람들이 많아서 인사를 못드렸지요. 저희 같은 경우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편하게 볼수 있었어요.^^
2008/07/04 13:43호박님도 완죤 해피한 오후 되시구요. 후기 기대할께요.(^^)
To be continue...
2008/07/04 15:21나름 반전인가요.
중국인 감독다운 발상인가 보네요.
터널을 양끝에서 파기 시작하면 한국인은 터널 하나를 완성하는데
중국인은 중간에서 만나질 못해 두 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ㅎㅎㅎ
솔직히 반전을 넘어 약간 허탈하기까지 했죠. 이제 적벽대전의 웅장함이 시작되겠는걸...하는 순간에 두둥....문구가 나와서요. 오우삼 감독의 의중을 100% 알수 없어 왜 그렇게 편집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림픽의 홍보때문에 올림픽 전후로 나누어서 상영하기 위한 방편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다음주를 기대해주세요."정도가 되겠네요.
2008/07/04 16:07와. 글을 굉장히 잘 쓰시네요. 제가 제일 부러워라하는. ㅋㅋ
2008/07/04 17:21좋은글 읽으러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과찬 감사합니다. 잘쓰진 못하고 잘쓸려고 흉내내기만 열심히 하는데 좋게 봐주시네요. :) 앞으로 자주 뵈요(^^)
2008/07/07 14:52영화 잘보셨다니 다행이네요. ^^; 이렇게 멋진 리뷰도 써주시고.. ㅎㅎ
2008/07/06 01:23저희 회사가 이런 리뷰로 먹고 사는건 잘 아시죠? ㅋ 가끔 비트님 블로그에 놀러오긴 했었는데, 앞으로는 종종 와야겠습니다. 리뷰에서 보여주신 글솜씨에 반해버렸네요. ㅎ 관련 트랙백 두개 걸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다시 이렇게 찾아주시구요. 업무적인것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떠나서 블로거들에게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제공 측면에서 프레스블로그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종종 초대해주세요.(_ _) 트랙백 읽어 보러 가야겠군요.
2008/07/07 14:542편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가서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ㅎㅎ
2008/07/07 06:36인물 생김새를 보면 확실히 일본의 KOEI 삼국지를 원작으로 하고있지 않나 생각이;;
강자이너님도 참석 하셨군요. 저희는 좀 늦게 도착해서 시작과 동시에 착석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일찍 갔더라면 인사도 나눌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인물에 대한 생각들 은 아쉬움과 신선함과 동시에 생뚱맞음도 느낄수 있는 배역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08/07/07 14:56저번 핸콕리뷰쓰신거보고 즐겨찾기에 등록해서 이번에도 혹시나해서 왓는데 리뷰해주셨네요. 영화끝나고 나서가 더 재밌었다는.. 사람들 반응..ㅎㅎ전 친구가 2편이라는걸 알고 가서 괜찮았지만 사람들 반응이..ㅎㅎ 글 잘 읽고 갑니다.
2008/07/12 14:57실제로 시사회장의 분위기도 딱 그대로 였어요. 뭔가 엄청난 전쟁씬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이 나버리더라구요. 그만큼 영화에 몰입도가 높아서 러닝타임에 대한 반응이 무뎌진 탓도 있겠지요. 저도 그반응들이 무지 웃끼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2008/07/13 15:56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저같은 사람에겐 그저 그림의 떡같은 영화랍니다.
2008/07/17 12:05사실 어떤 분들은 오히려 삼국지를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이 덜 실망하게 될거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제가 봤을 때도 책을 읽지 않으신분도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2008/07/17 12:43